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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스웨어》에서 찾은 눈물의 위로와 희망/뚜렛증후군

by 웃음꽃핌 2026. 10. 12.

 

부모가 된다는 것은 내 온 세상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특히 아이가 남들과 조금 다른 아픔을 겪고 있을 때, 부모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가곤 합니다. 현재 40대인 저에게는 올해로 12살이 된 사랑스러운 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아이에게 시작된 '음성틱' 증상 때문에 밤마다 숨죽여 울며 자책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내가 무언가 잘못 키운 걸까?", "아이가 학교에서 상처받으면 어쩌지?" 하는 엄마의 불안감이 높은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영국 영화 《아이 스웨어》(I Swear / 국내명: 멈출 수 없는 말)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스코틀랜드의 뚜렛 증후군 활동가인 존 데이비드슨(John Davidson)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전기 드라마입니다. 스크린 속에서 펼쳐지는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보며, 저는 영화 내내 마르지 않는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제 아이는 영화 속 처럼 심한 틱은 아니지만 어두운 터널 끝에서 발견한 한 줄기 빛 같은 위로였습니다.


질병을 몰라 외로웠던 어린 시절, 내 아이의 모습이 겹치다

영화 속 주인공 존은 1980년대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성장하며 15세에 투렛 증후군을 진단받습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을 격렬하게 흔들고, 자신도 모르게 거친 욕설을 내뱉는 틱 증상 때문에 존의 일상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립니다. 당시에는 투렛 증후군이라는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무했기에, 학교 선생님들은 그를 '일부러 반항하는 문제아'로 취급하며 매질을 하거나 창고에 가두는 학대를 저지릅니다. 가장 안전한 울타리여야 할 가족들마저 증상을 받아들이지 못해 밥상에서 쫓아내는 장면에서는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이 장면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제 12살 아이의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처음 아이가 헛기침 소리나 킁킁거리는 음성틱을 시작했을 때, 저 역시 "그만해라", "참아봐라" 하며 아이를 다그쳤던 부끄러운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틱은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재채기처럼 뇌의 신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신경학적 질환이라는 사실을 영화는 뼈아프게 짚어줍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그 누구보다 무섭고 외로웠을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내 아이가 학교 교실에서 느꼈을 외로움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존은 미치지 않았다", 편견에 정면으로 맞선 세상의 변화

주인공 존의 삶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1989년, BBC 다큐멘터리 《존은 미치지 않았다(John's Not Mad)》에 출연하면서부터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증상 뒤에 가려진 소년의 맑은 영혼과, 단지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이라는 절규가 방송을 타자 영국 사회는 거대한 충격과 함께 반성하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존이 자신의 장애를 숨기지 않고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와, 투렛 증후군 환우회를 만들고 다른 이들을 돕는 당당한 활동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냅니다.
특히 2019년, 평생의 공로를 인정받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훈장(MBE)을 받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클라이맥스 중 하나입니다. 여왕 앞에서도 통제할 수 없는 욕설 틱이 터져 나왔지만, 그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마주하는 존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이 장면을 보며 저희 남편과 저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내가 먼저 아이의 틱 증상을 부끄러워하고 숨기려 한다면, 아이는 평생 세상의 눈치를 보며 위축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증상을 고치라는 압박이 아니라,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며 등을 토닥여주는 부모의 단단한 믿음과 사랑이었습니다.

2026년의 시련과 포용,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연대의 길

영화 밖 실제 주인공 존 데이비드슨은 최근 2026년에도 큰 시련을 겪었습니다. 제79회 영국 아카데미(BAFTA) 시상식 생방송 중, 의지와 상관없이 뇌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단어가 터져 나오는 설증(Coprolalia) 틱으로 인해 인종차별적 욕설이 방송을 타는 대형 해프닝이 발생한 것입니다. 수많은 비난 속에서도 그는 눈물로 진심을 다해 해명하고 사과했으며, 자신의 증상이 타인에게 불편을 주자 스스로 장내를 퇴장하는 품격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영국 사회는 비난 대신, 그를 위해 시상식장에 편안한 독립 공간인 '릴랙스 스페이스'를 마련해 주며 따뜻한 연대로 응답했습니다.
이 최근의 일화를 접하며 저는 깊은 안도감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보았습니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고, 내 아이가 자라나며 마주할 사회적 시선은 때로 차갑고 날카로울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 존이 그랬듯, 우리 아이 역시 자신의 다름을 당당하게 인정하고 사회가 그것을 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인 제가 해야 할 역할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12살,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며 세상의 시선에 예민해질 나이입니다. 이제 저는 아이의 음성틱 소리가 들릴 때마다 불안해하는 대신, 아이의 눈을 한 번 더 맞춰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려 합니다. 영화 《아이 스웨어》는 저에게 틱 장애라는 불행을 이겨내는 법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채로도 온전히 행복하고 위대해질 수 있다는 위대한 삶의 이정표를 선물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