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 영화에는 적을 무찌르는 화려한 영웅이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주인공 토미는 그저 집에 돌아가고 싶은 어린 병사일 뿐이고, 살기 위해 도망치고 숨고 때로는 비겁해 보이는 선택도 합니다. 저는 이 점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영국에 도착한 병사가 "우리는 그냥 살아 돌아왔을 뿐"이라며 고개를 숙이자, 한 노인이 "그걸로 충분하다"며 담요를 건네는 장면입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덩케르크 철수는 군사적으로는 패배였지만, 영국 국민에게는 다시 싸울 힘을 준 사건으로 기억됩니다. 이후 처칠 총리의 유명한 연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가 나온 것도 바로 이 철수 직후였습니다.
세 개의 시간이 하나로 만나는 독특한 구성
〈덩케르크〉가 다른 전쟁 영화와 가장 다른 점은 이야기 구조입니다. 영화는 세 가지 시간대를 교차로 보여 줍니다. 해변에서 탈출을 기다리는 병사들의 '일주일', 바다를 건너는 민간 선박의 '하루', 그리고 하늘에서 적기와 싸우는 스핏파이어 조종사의 '한 시간'입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뒤섞여 조금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후반부에 세 이야기가 한 지점에서 만나는 순간 큰 쾌감이 찾아옵니다. 또 영화에는 대사가 매우 적습니다. 인물의 과거나 사연을 설명하지 않고, 오직 '살아남는다'는 목표만 보여 줍니다. 여기에 한스 짐머의 음악이 끊임없이 조여 오는 듯한 긴장감을 더합니다. 시계 초침 소리처럼 들리는 효과음 덕분에 관객은 러닝타임 내내 병사들과 함께 시간에 쫓기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실화, '다이나모 작전'
실제 철수 작전의 이름은 '다이나모 작전(Operation Dynamo)'입니다.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약 열흘 동안 진행되었는데, 처음 영국 정부는 많아야 수만 명 정도만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합니다. 해안의 수심이 얕아 큰 군함이 해변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민간인의 '작은 배들(Little Ships)'이었습니다. 어선, 요트, 유람선 등 크고 작은 민간 선박 수백 척이 영국 해협을 건너 병사들을 실어 날랐습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약 33만 8천 명이 무사히 영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아들과 함께 요트를 몰고 바다로 향하는 도슨 씨는 이 민간 선주들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실제로 타이타닉호의 생존 항해사였던 찰스 라이톨러가 자신의 요트로 병사 100여 명을 구한 일화가 이 캐릭터에 영감을 주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평범한 사람의 선택'이 가진 힘입니다. 누군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기 배를 몰고 전쟁터로 향한 사람들이 없었다면, 33만 명의 생명도 없었을 것입니다.승리보다 귀환이 더 위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전투 장면보다 조용한 긴장감을 좋아하시는 분, 실화 바탕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께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가능하다면 음향이 좋은 환경에서 감상해 보시길 권합니다.